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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향자 SPC서울사진클럽 원장 다시 한 번 말씀 드리지만, 사진은 어디까지나 ‘빛(photo)으로 그리는 그림(graph)’입니다. ‘참된 모습(眞)을 그대로 베껴서 옮겨놓는다(寫)’라는 뜻의 사진(寫眞)이란 용어는 동양권, 그것도 유독 한국과 일본에서만 사용된답니다. 같은 한자어권인 중국에서는 ‘햇빛에 드러난 작은 조각(照片)’이라고 부르니까 원래의 의미와 비슷하지요. 어쨌건 아무리 좋은 카메라에 많은 재주를 가진 사람일지라도 빛이 없다면 사진은 찍을 수 없습니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찍으려는 대상의 모습을 보려고만 하지 그 대상을 드러내주는 빛의 효용성에 대해서는 그다지 신경을 쓰는 것 같지 않습니다. 그래서 이번 연재는 빛에 대해서 잠시 생각해 보겠습니다. 성서에는 태초의 세계에는 암흑과 혼돈(카오스)만으로 채워져 있었는데, 신이 ‘Let there be light!’라고 말씀하시자 빛이 생겨났다고 적혀 있습니다. 그 빛에 의해서 사물들의 모습이 처음으로 나타나고, 사물과 사물 간의 관계와 질서가 짜이기 시작한 것입니다. 그때까지 보이지 않았던 사물들이 비로소 존재와 질서를 얻게 된 것이지요. 이 대목은 사진과도 불가분의 관계가 있습니다. 사진을 찍는다는 것은 바로 특별한 의미가 없이 그냥 눈앞에 펼쳐져 있는 장면 가운데에서 대상의 어떤 부분을 선택(프레이밍)해서, 직사각형의 화면 안에 그들의 관계를 디자인하고 질서를 만들어내는 행위(구도)에 다름 아니기 때문입니다. 어느 쪽에서나 빛이 결정적이고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빛에는 적외선이나 자외선도 포함되어 있지만, 보통은 우리 눈으로 감지할 수 있는 파장의 범위인 가시광선(visible light)을 말합니다. 빛은 직진과 반사, 굴절 같은 물리적인 성질들을 가지고 있는데, 시간과 장소의 조건에 따라서 밝기와 색채, 거기에 반응하는 인간의 심리적인 효과에 이르기까지 천변만화의 조화를 부리지요. 딱딱한 얘기는 여기까지만 하겠습니다. ![]() 알아두면 유용한 빛의 성질 칠흑 같은 암흑은 마음을 절망의 심연으로 빠뜨리고, 산과 들판과 바다에서 어둠을 가르고 솟아나는 아침 태양은 희망으로 가슴을 두근거리게 만듭니다. 똑같은 장면이나 피사체인데도 계절이나 시간에 따라서 전혀 다르게 보이는 것은 거기에 비추고 있는 빛의 성질이나 상태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사진가들이 자주 쓰는 말 가운데 크게 나누어 순광(정면광)과 사광(측면광), 역광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순광(順光)’은 사진가가 태양을 등진 상태에서 피사체의 전면을 비추는 빛으로, 해가 그다지 높지 않은 각도로 떠 있는 오전이나 석양 무렵의 광선을 말합니다. 하늘이 한층 파랗게 찍히고 선명하고 깨끗한 느낌을 주기 때문에 풍경사진을 찍을 때는 좋지만, 한편으로는 그림자가 없는 밋밋한 사진이 되기 쉽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측면이나 엇비슷한 위쪽에서 길게 들어오는 ‘사광(斜光)’은 계절에 따라서 조금 다르지만, 대략 오전 열시 전후나 오후 서너 시에서 네다섯 시까지 시간대의 빛으로, 빛이 닿는 부분에 질감과 그림자를 만들어서 물체의 형상을 뚜렷하게 드러내는 성질이 있기 때문에 명암이 균형을 이룬 감각적인 사진을 찍을 수 있습니다. 장면의 분위기와 인물의 개성을 표현하는데 효과적인 이 사광은 네덜란드 화가의 이름을 따서 렘브란트 광선이라고도 불립니다. 한편 아침이나 석양 무렵의 태양이 앞쪽에서 비추는 상태의 광선을 ‘역광(逆光)’이라고 부르는데요. 그늘진 부분이 극단적으로 어두워지기 때문에 상황에 맞춰서 노출을 조절하거나 보조적인 광선을 쓰지 않는 한, 사진에서는 일반적으로 금기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광선을 잘만 활용하면 극적인 효과의 사진을 찍을 수 있습니다. 보는 순간, ‘앗’ 하고 느껴지는 사진들은 바로 이 역광을 이용해서 찍은 사진이 많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른바 ‘걸작사진’들은 무엇을 찍었는가보다 거기에 작용하는 광선의 상태가 어떤가가 훨씬 더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경우가 많은 것입니다. 형상의 가장자리를 빛나게 만들고 윤곽을 또렷하게 드러내기 때문에, 역광을 잘 활용한다면 누구나 깜짝 놀랄 사진을 찍을 수 있습니다. 일출이나 일몰 무렵, 멀리 수평선 끝에서부터 바로 발밑까지 이어지는 100만 개의 보석 같은 반짝거림도 바로 이 역광이 연출해내는 기적입니다. 그런데 역광으로 찍을 때는 렌즈 안으로 빛이 들어오게 되면 빛이 번져서 상이 흐릿하거나 지저분해집니다. 또 촬영에 열중한 나머지 파인더로 태양을 직접 바라보면 눈에 심각한 손상을 줄 수 있으므로 특히 주의하셔야 합니다. ![]() 조풍연 메타빌드(주) 대표 빛의 마술, 매직아워 약간의 빛만 있으면 하루 중 언제 어느 곳에서도 사진을 찍을 수 있지만, 그중에서도 아름답고 감동적으로 찍히는 가장 좋은 광선상태라는 것은 과연 존재하는 것일까요? 결론부터 말씀 드리자면, 분명히 있습니다. 요즘 ‘골든타임’이라는 말을 자주 듣습니다만, 사진이나 영화의 세계에서는 ‘매직아워’. 또는 ‘골든아워’라는 용어가 오래전부터 쓰여 왔답니다. 이 ‘매직아워(magic hour)’란 해가 뜨기 직전이나 해가 진 후 얼마 동안 주위가 희미하게 밝은 박명(薄明)을 말하는 것으로, 하늘과 지상의 밝기가 비슷해지는 이 무렵은 그야말로 황금의 시간대입니다. 화려한 금빛으로 감싸인 세계를 바라보고 있으면 누구나 자연의 마법 같은 황홀한 순간을 경험하게 됩니다. 그리고 일출 직전과 일몰 후의 짧은 시간 동안, 하늘이 짙은 청색으로 물드는 ‘블루아워’의 광선상태도 지금 당장이라도 하늘에서 신이 강림할 것 같은 신비한 분위기를 만들어냅니다. 그래서 이 시간대에 사진을 찍으면 누구나 아주 환상적이고 예술적으로 보이는 사진을 찍을 수 있지요. 이름난 명소를 찾아서 일부러 멀리까지 나가지 않아도 자연이 연출하는 아름다운 광경은 일상의 주변에서도 얼마든지 경험하실 수 있습니다. 혹시 카메라를 가지고 있다면, 해 뜨기 직전이나 석양 무렵에 아파트의 창문을 열고 하늘을 향해서 한 번 사진을 찍어보세요. 필요한 것은 사진의 솜씨가 아니라 새로운 세계에 대한 호기심, 그리고 자신이 직접 찍어서 그 환상적인 마법의 순간을 체험해보겠다는 의지입니다. 붉은 노을로 물든 풍경을 촬영하신 분이라면, 기대했던 것과 달리 허옇게 나온 사진에 실망하신 적이 있으실 겁니다. 그럴 때 처방은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노출을 덜 주어서 약간 어둡게 찍는 것이고, 또 하나는 화이트 밸런스를 ‘구름(흐림)’이나 ‘그늘’ 모드로 설정해서 찍어보는 것입니다. 그래도 원하시는 붉은색이 안 나온다면, 그럴 때는 날씨 탓을 하셔도 됩니다.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54호(2015년 03월) 기사입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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