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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즐거움을 더해주는 사진 (김승곤 교수)

유솔(柔率) 2015. 5. 8. 20:44
[김승곤 교수의 사진교실] (2) 여행의 즐거움을 더해주는 사진

기사입력 2015.03.06 15:5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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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윤기 (SPC서울사진클럽 CEO과정 제 4기·LG화학 전 사장)

왜 여행을 하는가?

여행에서 돌아온 날 밤, 포근한 이불 속에 몸을 눕히면서 입속으로 중얼거립니다. “아, 누가 뭐라고 해도 역시 우리 집이 최고야.” 길고 고단했던 여행일수록 그런 생각이 더욱 절실하게 들 겁니다. 어찌 보면, 여행을 떠난다는 것은 자신이 지금까지 영위해온 일상이 얼마나 안락한 것이었는지를 새롭게 깨닫기 위한 행위인지도 모릅니다. 이질적인 시간과 낯선 장소에서 자신의 삶을 객관적으로 바라봄으로써 비로소 발견하는 생활의 새로운 풍경이라고 할까요. 그동안 공기처럼 생각되던 가족과 집이 소중하고 감사해야 할 존재라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되는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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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윤기 (SPC서울사진클럽 CEO과정 제 4기·LG화학 전 사장)

낯선 여행지에서는 자신의 본능과 직감으로 판단하고 상황에 대처해야 하기 때문에 잠자던 감각들이 살아나게 되고, 평소에는 드러나지 않던 자신의 내면과 맞닥뜨릴 기회가 많습니다. 그곳에서의 새로운 만남과 발견에 대한 기대 때문에 나른하던 몸과 마음에도 생기가 돕니다.

그러나 한편으로 여행에는 고통이 따르기도 하지요. 여행하면서 때로는 고독감과 슬픔에 빠지기도 하고, 자신이 얼마나 연약한 존재인가를 깨닫기도 합니다. ‘인생은 나그네 길’이라는 노래 가사도 있는데, 이 ‘나그넷길’이라는 것과 ‘여행’은 어떻게 다른 것일까요? 여행은 어디를 가서 무엇을 경험할 것인지, 무엇을 보고 어떤 음식을 먹을 것인지 예정을 세우거나 예측할 수가 있고, 돌아다니는 경로와 일정이 미리 짜여 있어서 안심하고 떠날 수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는 여행이란 이미 알고 있는 일들이 예정대로 이뤄지는지, 여행 안내서나 관광 엽서에 나오는 명소들이 실제로 어떻게 생겼는지를 확인하는 절차와도 같은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여행이 나그넷길과 결정적으로 다른 것은, 돌아올 날짜와 장소가 정해져 있다는 점입니다. 여행은 이렇게 아무 예정도 세우지 않고 정처 없이 떠나는 나그넷길과는 다르지만, 새로운 견문을 넓힌다는 점과 먼 훗날까지 기억에 남을 다양한 일들을 체험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마찬가지일 겁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왜 낯선 장소를 찾아 여행을 떠나고 싶어 하는 것일까요? 이 물음에 대한 대답은 사람들이 왜 살아가는지에 대한 질문만큼 어려운 일인지도 모릅니다. 인간의 행동을 다루는 학자들은 사람들이 원래 공간을 이동하는 본능이 있다고 하지만, 한자리에 머무르면서 안도를 느끼는 사람도 있습니다. 세상 모든 사람들이 여행을 하고 싶어 하는 것도 아니고, 실제로 여행을 하는 것도 아닙니다. 한참 동안 여행을 가지 않으면 불안해서 못 살겠다는 사람이 드문 것을 보면, 여행이 갖고 태어난 본능 같은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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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남숙 (SPC서울사진클럽 CEO과정 제 9기·(주)서일 감사)



여행의 긴장감과 해방감

여행의 행태는 시대와 사회, 경제적인 환경과 조건에 따라서 다릅니다. 인류에게 가장 먼저 발생한 여행은 물이나 음식을 구하거나 안전한 장소를 찾아서 이동하는, 말하자면 살아가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의 행위였다고 합니다.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강제된 공간의 이동과는 달리, 각자의 자유 의지에 따라서 선택하는 이른바 ‘여행’이라는 것이 등장하는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입니다.

여행하는 사람들의 심리에 나타나는 특징은 긴장감과 해방감이라고 하는 상반되는 감각이 동시에 높아진다는 점입니다. 미지의 토지에서는 불안감이 강해지고, 외부 환경의 변화에 곧바로 대응할 수 있는 긴장 상태를 유지하려고 하기 때문입니다. 동시에 일상적이고 현실적인 번거로움에서 일시적으로 벗어난다는 ‘마음 편함’이 심신의 해방감을 느끼게 만드는 것입니다.

하지만 개인적인 여행인지 단체의 일원으로 참가하는지에 따라서 느끼는 자유와 즐거움, 그리고 긴장의 정도도 달라질 것입니다. 모든 것을 스스로가 결정하고 대응해야 하는 개인 여행은 당연히 긴장도가 높아지지만, 반면에 행동이 자유롭고 여행지에서의 강한 인상이나 추억을 만들기 쉽다는 것이 이점이겠지요.

일상생활에서는 1주일은커녕 며칠 전에 일어난 일도 생각나지 않을 때가 있는데, 여행하면서 겪은 일들은 몇 년이 지난 다음에도 비교적 선명하게 머리에 떠오릅니다. 그걸 보면 사람의 뇌 속에는 비일상적인 여행의 시간을 기억하는 별도의 메커니즘이 존재하는 것임에 틀림없습니다. 하지만 여행의 기억을 가장 확실한 것으로 완성시키는 것은 바로 카메라입니다. 꺼내는 순간, 그때 그 장소로 우리를 타임 슬립시켜 주는 사진은 여행의 기억을 몇 배나 더 생생하게 재현시켜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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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규완 (SPC서울사진클럽 CEO과정 제 8기·(주)기한엔지니어링 대표이사



콤팩트 카메라로 충분

해외여행에는 비싸고 좋은 카메라를 가지고 나갈 필요가 없습니다. 고급 기능을 가진 카메라는 오히려 무겁고 기능이 복잡해서 사용하기에 불편할 뿐 아니라, 분실이나 도난의 위험도 높기 때문입니다. 요즘 콤팩트 디지털카메라 가운데에는 성능이 뛰어난 기종이 많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성능이 좋다고 해도 도중에 배터리가 소모되면 무용지물이겠지요. 단기 여행일지라도 예비 배터리와 충전기, 그리고 여분의 메모리 카드를 반드시 준비해 가기를 권합니다. 현지의 콘센트 형식이나 전압이 우리나라와 다른 경우가 있으므로, 미리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미술관과 박물관, 정부 건물과 시설, 공항이나 국경 부근, 군사시설, 교회나 성지 등 장소와 대상에 따라서는 촬영이 금지되거나 사전 허락이 필요한 경우도 있습니다. 특히 분쟁 지역에서는, 호기심에 몰래 촬영하다가 스파이로 오인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인물을 대상으로 할 때는, 사람은 누구나 사진에 찍히지 않을 권리를 가지고 있다는 점을 반드시 기억하기를 바랍니다. 꼭 찍고 싶다면 촬영해도 좋은지 본인에게 확인한 다음, 셔터를 눌러야 합니다. 언어가 통하지 않아도, 웃는 얼굴로 카메라를 보여주며 찍겠다는 의사를 표시하면 대개는 ‘OK’입니다. 그 자리에서 찍은 사진을 모니터로 보여준다면 더욱 안심하겠지요. 사진을 요구할 때는 이메일 주소를 받아서 보내주는 것이 예의입니다. 다음에 어떤 다른 사진가가 그 사람을 찍을 경우도 있을 테니까요.

카메라를 가진 사람에게는 호기심보다 더 귀중한 재산은 없습니다. 어디선가 본 그림엽서 같은 사진은 잊어버리고, 자신만의 체험과 느낌을 직접적으로 나타내는 소재들을 찾아보세요. 비행기의 차창 밖으로 내다보이는 구름 풍경, 기내식, 호텔이나 레스토랑에서 먹는 음식, 새벽의 거리, 노상 카페에 앉아서 여유롭게 즐기는 커피, 사람들의 일상, 거리의 간판, 쇼윈도, 광장 계단에 앉아 있는 관광객들, 강아지, 이국적인 골목 풍경 등 꼭 유서 깊고 장엄한 건축물이나 아름다운 풍경이 아니더라도 사진의 대상은 얼마든지 있습니다. 좋은 추억 많이 담아 오시기 바랍니다.

김승곤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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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 국문학과를 나온 뒤 일본대와 쓰쿠바대 대학원에서 사진을 전공했다. 이명동 사진상, 일본사진협회 국제상 등을 수상했다. 전 일본사진연맹 심사위원, 동강사진마을 운영위원장, 서울사진축제 운영위원장을 역임했다. <사진에 있어서의 몇 가지 논점> <한국현대사진의 장면> <잔인한 사진의 정치학> 등 200여 편의 논문을 썼으며 현재 국립순천대 사진예술학과 석좌교수로 재직 중이다. spc@iphos.co.kr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53호(2015년 02월) 기사입니다]